이글루스 로그인


Gundam 00 SS - Arios

 
여성향 주의.
최근 세츠알렐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2기 알렐이한테는 마리가 있는 데다, 소마가 좋은 저로서는 마리를 무시하기도 그렇고. 세츠할렐은 별로 못 본 터라 흙탕물 나와도 우물이나 파 보자 하고 필 받은 김에 썼던 토막글입니다.

 문득 내려다 본 손목 시계 속 숫자는 파랗게 점멸하며 새벽이 다가왔음을 알렸다. 딱히 불침번이라도 서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톨레미의 모두가 이미 잠자리에 들었을 시간. 아무도 없는 정비실에서 세츠나 F 세이에이는 홀로 앉아 있었다.

「뭐야, 병신같이 왜 혼자 히죽히죽 쪼개고 앉은 거냐? 기분 나쁘게스리」

 때마침 나타난 인기척만 아니었다면 아마 언제까지고 그렇게 앉아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뒤로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세츠나는 놀라지도 않고 대꾸했다.

「내가 웃고 있었나」
「하, 바보냐? 지릿지릿 온단 말이다, 관자놀이로. 아주 기분 째진다고 온 사방에 광고를 때리고 앉은 놈이 저 웃는 꼴도 몰라?」

 아무래도 상대는 뭔가를 느낀 탓에 이 밤중에 이곳까지 찾아온 모양이다. 확실히 이 상대와 자신이라면 평소 별로 교류를 나눈 적도 없고, 단지 서로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관계일 따름이다. 이 남자가 그 외 자신에게 용무가 있어 찾아왔을 리 만무하다.
세츠나는 가만히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입가를 만져 보았다. 확실히 자신은 웃고 있었다.

「기쁜 일이 있을 때라면 누구라도 웃는다. 당연한 것이겠지」
「좀 전까지 웃는다는 것도 몰랐던 주제에 뭔 놈의 기쁜 일은. 젠 체하는 것도 꼴같잖거든?」
「알렐루야가 돌아왔다」

 남자의 금빛 눈동자가 순간 이지러졌다. 남달리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사납게 젖혀진 입술은, 뭔가 외치려는 듯 꿈틀대다 멈췄다. 알렐루야가 돌아왔다고. 같잖지도 않은 고향 나부랭이에 잃어버린 과거를 찾는답시고 다녀온 그 녀석이 돌아왔다고. 본인은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세츠나의 감정은 깊게 잠들어 있던 남자를 흔들어 깨우고도 남을 정도로 봇물처럼 흘러넘치고 있었다. 머릿 속을 강렬하게 두드리며 밀려드는 감정의 홍수. 억누를 수 없을 정도의 기쁨과 환희.
 결국 남자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머리 오른쪽을 움켜쥐었다. 그의 난폭하게 일그러진 입매가 펴지며 뱃속으로부터 광소가 터져나왔다.

 그런가. 그렇단 말이지. 세츠나 F 세이에이. 겨우 그 사실 하나가 기뻐서 이렇게 즐거워하고 있다 이거지. 이 얼마나 눈물 나는 희극인가.

 이를 어쩌면 좋을까나, 상냥한 알렐루야 님. 어때, 다행이지? 이 자식의 뇌양자파를 네가 느낄 일 따위 없을 거야. 이 몸이 이렇게 차단해 두지 않았다면 너는 이 시간까지 깨질 것 같은 머리통이나 부여잡고 징징대고 있었을 거라고. 이쯤 해 줬는데 고맙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지!
 허리를 꺾은 채 미칠 듯이 웃어대는 남자를 조용히 응시하며, 세츠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지나치게 웃은 탓에 눈가로 흘러내린 눈물을 손끝으로 털어낸 남자가 조금 진정했을 즘 세츠나가 말했다.

「할렐루야 합티즘」
「뭐냐?」
「티에리아 아데의 제보로 고향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어떻던가」
「핫, 쓸데없는 걸 묻는군. 이 꼬맹이가」

 분명 티에리아가 보낸 메일에서는 그곳에서 알렐루야가 부모와 떨어졌다고 했다. 언젠가 어렸을 적 부모와 함께 살아가던 곳, 그러한 의미라면 카자흐스탄 난민촌은 확실히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아무것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더라도.

「애초에 말야, 초병기관에서 질척질척해질 때까지 휘저어진 뇌에 과거 따위가 남아 있겠냐. 고향? 그딴 거 있어 봤자 향수병에도 안 걸린다고. 어딜 봐도 아무 느낌 없는 장소는 고향이라고 안 하지」

 그래도 의미는 있었다. 적어도 알렐루야에게는.
 그렇기에 할렐루야는 거기서 입을 다물었다. 그러한 그를 바라보던 세츠나는 지나가는 말처럼 작게 중얼거렸다.

「알렐루야가 내게 말해줄 거라 생각했다」
「바보냐? 그 눈치 없는 새끼가 알아서 제 일을 주절주절 나불댈 거라 생각한다면 말이지, 네놈도 희대의 꼴통 나부랭이밖에 더 되겠냐. 병신 새끼」
「알고 있다. 그래도 말해줬으면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는 세츠나의 표정은 한결같았다. 그러나 할렐루야는 그 말을 들으며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이노베이터인가. 차마 읽어들이고 싶지 않은 이 강한 감정이. 애써 차단하려 해도 결국 흘러들고 마는 무엇인가가.
 할렐루야의 머릿속이 경종이 울듯 지잉지잉 울리고 있었다. 모조리 다 이 두통 때문이다. 웬만하면 말하지 않으려고 했던 말까지 해 버리고 싶게 만드는 것은.

「야. 거기 꼬맹이」
「세츠나 F 세이에이다」
「이 십센티 새끼가... 콩알만한 게 꼬맹이면 됐지 따지긴. 것보다 말이다」

 할렐루야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머리의 통증은 할렐루야에게 도저히 익숙하지 않은 감각이었다. 이런 꼴을 당하는 건 알렐루야가 제격인데. 하지만 애써 알렐루야에게 가는 뇌양자파를 차단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자신이 뒤로 물러나 버린다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이 몸의 잠을 깨운 건 네놈이니까 책임은 지라고. 도저히 골통이 빠개질 것 같아서 다시 잠들 수가 없단 말이다」
「납득할 수 없지만 책임지도록 하지. 내가 뭘 하면 좋겠나」
「들어. 이야기」
「뭐?」
「닥치고 들으라고. 새꺄」

 영문을 모를 소리에 세츠나는 의문 가득한 눈초리로 할렐루야를 쳐다보았다. 어느 새 세츠나의 옆자리로 다가와 털썩 앉아 버린 할렐루야는 두통을 지우듯 머리를 흔들어 보였다. 아무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휩쓸려 가 버릴 것 같은 양자의 파도가 뇌간을 거세게 때리고 있었다.

「사실 말이다, 꼬맹아. 난 그 여자를 끝장내 버리려 했었다. 그 때 큐리오스만 멀쩡했다면 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고」
「마리... 를 말하는 건가. 알렐루야의...」
「그래. 그 여자. 지금은 상냥한 알렐루야 님의 구원이지」

 세츠나의 눈빛이 흐려졌다. 그로서는 도저히 알렐루야의 반신이 마리를 죽이려 했었다는 말에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리라. 하지만 세츠나가 그러거나 말거나 할렐루야는 킬킬대며 계속 되는 대로 지껄였다.

「뭐, 여자가 알렐루야의 목숨을 노릴 때는 그랬었다는 거지. 고작 그런 여자에게 죽어 주려고 초병기관을 빠져나온 건 아니란 말씀이야. 그리고 지금 그 여자가 있어 줘서 알렐루야는 안정되고 있어. 그렇다면 봐주지 못할 것도 아니긴 한데」

 할렐루야가 씩 웃으며 세츠나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다. 그 여자를 끝장내 버렸어야 했다고」
「할렐루야」
「아아, 물론 알렐루야에게는 비밀이야. 안 그러면 죽도록 후회할 꼴 볼 테니까 알아서 처신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째서냐, 할렐루야 합티즘. 너는 분명 알렐루야의 반신일 터」
「하, 알렐루야의 반신이라. 이를 테면 네놈은 그게 궁금한 거냐? 어째서 알렐루야와 몸을 공유하는 내가 그 자식이 아끼는 여자를 죽이려 하는 건지?」

 할렐루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차가운 톨레미의 내벽에 왼손을 짚으며, 어둠 속에서 고양이처럼 싸늘하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가 세츠나를 내려다보았다.

「병신 같긴. 이 몸은 알렐루야와 같지 않아. 이래 뵈도 난 그 놈의 물러터진 새끼한테 쌓인 게 만리장성을 이룰 정도란 말이지. 그 새끼와 같은 몸을 쓴다고 해서 같은 가치, 같은 생각을 공유한다는 건 착각에 불과하다는 거다, 꼬맹아」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면 내가 착각했다 할 수도 있겠군. 하지만 착각한 건 네 쪽이다. 할렐루야 합티즘.
그녀를 죽인다면 알렐루야는 틀림없이 재기 불능에 빠질 거다. 내가 말한 것은 그걸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꼿꼿하게 고개를 든 세츠나의 적갈색 눈동자가 할렐루야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할렐루야는 머리를 젖히며 실소했다.

「하... 그렇겠지! 성녀님이 죽어 자빠지면 분명 그 새끼는 단번에 재기불능이겠지! 그게 바로 문제라는 거다, 이 빌어먹을 새꺄.
어째서 그 여자에게서 구원받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 그 여자가 없어지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어차피 살아남으려고 하는 짓거린데 이 새끼는 이 여자를 또 잃으면 죽을 것처럼 따라다니고 있다고. 혼자서는 서지도 못하는 애새끼도 아니고 이 따위 짓거리가 맘에 들 리가 있나! 역시 그 여자가 살아 있다는 걸 모를 때 죽여버렸어야 했단 말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지독한 두통도, 감추고 있던 말을 마치 신들린 듯 뱉어 내는 자신도, 눈앞에서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저 눈빛조차도.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는 세츠나 F 세이에이의 감정은 손에 잡힐 듯 뚜렷하다. 할렐루야마저 자신도 모르게 휩쓸려 갈 만큼.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 치 어그러짐 없이 바른 말만 해 대는 이 앳된 청년의 목을 졸라 더 이상 주둥이를 놀리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고 싶다고, 할렐루야는 문득 생각했다.
 이 놈이고 저 놈이고, 비틀린 놈들밖에 없으니 이 꼴이 된 거지. 병신 같은 새끼들.

「닥치고 들으라고 분명히 말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역시 네놈도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순간 시야가 어두워진다 싶더니, 따스한 것이 닿아 오는 감각에 세츠나는 당황했다. 사뭇 익숙하기 그지 없는 입술이 세츠나의 입술에 자신을 비비고 있었다.
 어느 모로나 예전과 틀림없는 느낌에 알렐루야의 얼굴을 떠올리기 직전, 따끔한 통증이 입술을 스쳤다.

「집중해, 병신아」

 날카로운 송곳니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가 했더니, 금세 혀끝이 입술을 두드려 열어젖혔다. 다정한 알렐루야와는 다르다고 외치는 듯한 열렬한 입맞춤. 너무도 오랜만에 맛보는 느낌에 취해 세츠나는 차마 밀어내지 못한 채 할렐루야의 뒷목을 끌어당겼다. 상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이는 것을 느꼈으나 그런 건 상관없이 거칠게 몰아붙였다.
 결국 할렐루야의 무릎이 꺾여 바닥에 쓰러진 채, 둘은 뒤엉켜 계속 상대를 잡아먹을 듯 입술을 겹쳤다.

「아, 꼬맹이 새끼... 헉... 젠장, 입 좀 닥치게 하려고 했더니 아주 잡아먹어라, 잡아먹어.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어요 아주」

 겨우 입술이 떨어지고 나자, 둘 다 호흡을 가다듬는 데 시간이 걸렸다. 초인병이라 해도 호흡곤란에는 대책이 없는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끝내 이죽거리기를 잊지 않는 할렐루야를 바라보며 세츠나가 입을 뗐다.

「괜찮은 거냐. 이렇게 해도」
「거 그런 건 하기 전에 묻던가 해야 좀 설득력이 있지. 방금까지 실컷 입술 문대 놓고 이제사 말해 봤자 무슨 소용이냐, 꼬맹아」

 정곡을 찔렸는지 움찔하는 세츠나에게 한 방 먹였다는 표정을 지은 할렐루야가 킬킬거렸다.

「상관 없잖냐, 이 몸은 알렐루야가 아니라고」
「그렇지 않다. 내게는 상관 있으니까」
「병신」

 할렐루야의 오른손이 위로 뻗는다 싶더니 어느새 세츠나의 뒷목을 잡아눌렀다.
 마치 강제로 덮치다시피 세츠나의 입술을 눌렀다 뗀 할렐루야는, 가만히 눈을 내리깐 채 자신의 앞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겼다.

「상관 없다고 했잖아. 이 몸은 그래도 알렐루야니까」

 세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상대가 대답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세츠나는 할렐루야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by Kiyen | 2009/08/27 02:24 | Creation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Kiyen.egloos.com/tb/505274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이양사 at 2009/08/27 12:40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절절 아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세츠알렐은 이래야 제맛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Kiyen at 2009/08/31 21:35
절절한... 가... ㅠㅠ 사실 키스신밖에 안 나오는데 능욕이라는 말을 들어서 장렬히 뿜었던 글이었. <-
게다가 셏알인지 셏할인지 헛갈리지만 좋게 봐 줘서 감사. ㅠㅠ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