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03일
Gundam 00 SS - Dawning
D님의 리퀘스트인『미션 대기중이라거나 모종의 이유로 지상에서 대기중인 늦가을~초겨울 밤, 근육이 많아서 체온이 높은 알렐루야와 꼭 붙어있는 마이스터 중 누군가』입니다. 마이스터 중 누군가가 세츠나인 이유는 그저 저의 흑심만발한 마음 때문입니다. OTL
그런데 새벽에 두드리다 보니 주제는 물 건너가고 세계의 왜곡이 일어나 버린 건... 음... 부디 어여삐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문득 눈이 떠졌다.
슬슬 기온이 내려간다고는 하지만 아직 늦가을이기 때문에 실내는 난방이 되어 있지 않았고, 덕분에 방안의 공기는 자다 일어난 몸에 꽤 싸늘했다. 세츠나는 눈을 비비며 침대맡에 놓여져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보자니 아직 새벽 4시도 안 된 참이었다. 평소 나이답지 않게 일찍 일어나는 편인 세츠나조차도 보통은 잠들어 있는 시각이다.
어째서 이런 시간에 잠을 깨게 된 걸까. 평소 세츠나는 잠자리를 가리는 편이 아니었기에, 자신의 안가처럼 익숙한 곳이 아닌 장소에서 잠을 잔 탓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아마 원인은 옆에 누워 있는 이 녀석에게 있다고 봐야겠지. 세츠나는 곱게 파자마를 입은 채 미동도 않고 잠들어 있는 옆자리의 청년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옆으로 누운 채 태아처럼 등을 구부린 알렐루야는 뒤척임 하나 없이 편안해 보였다.
사실 톨레미에서의 이들은 사귀는 사이라고 해도 서로의 방에서 잠들고 함께 일어나는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등 시간 전의 자유시간까지는 거리낌없이 왕래했지만, 잠자리에 들 무렵에는 알렐루야가 손을 흔들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곤 했다. 모처럼 오프에 세츠나가 도쿄로 가는 것을 마다하고 런던으로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한 침대에서 잠들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도 알렐루야가 침대를 세츠나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소파에서 자겠다고 우기는 것을 억지로 묵살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둘에게 여러 가지가 처음인 날인 셈이다. 세츠나는 알렐루야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그의 오른쪽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 보았다. 알렐루야가 살짝 눈살을 찌푸리긴 했지만 여전히 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알렐루야의 잠든 얼굴이었기에, 되도록 깨우고 싶지 않았던 세츠나는 안도했다. 그가 깨어 있을 때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오른쪽 눈을 이 기회에 보아 두고 싶었던 것이다. 간혹 몸을 섞을 때나 언뜻 볼 수 있었던 그 눈동자는, 분명 평소에 보던 온화한 은회색 눈빛과는 달리 어둠 속에서 강렬하리만큼 빛나는 황금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잠자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편히 알렐루야의 오른쪽 얼굴을 볼 일이 없었겠지만 그 눈동자를 보지 못하는 것만큼은 못내 아쉬웠다.
그렇게 생각하며 세츠나가 조용히 알렐루야의 앞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 넘긴 순간이었다.
『빌어먹을... 잠도 못 자게 하는구만. 자고로 인간은 밤에 자라고 만들어진 생물이다, 꼬맹아』
순간 알렐루야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친 목소리와 함께 놀랄 만큼 강한 힘이 손목을 잡아챘다.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황금색 눈동자가 이글거리며 세츠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뜨끔한 살기에 흠칫한 세츠나가 잡힌 손목을 급히 빼내려는 순간, 꽉 잡은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세츠나, 안 자고 있었어?」
「...알렐루야인가」
「미안해. 할렐루야가 놀라게 한 것 같지만 고의는 아닐 거야. 할렐루야는 잘 때 누가 건드리는 것에 민감하거든. 아무래도 누군가와 함께 잔다는 건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군」
알렐루야가 곤란한 듯 미소지으며 세츠나를 올려다보자, 세츠나는 어째서인지 놀랐던 마음이 조용히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누군가와 침대를 같이 쓰는 데 익숙치 않다는 사실이 좋았다. 묘한 만족감을 느끼며 다시금 손목을 빼내려 했지만 이번에는 알렐루야가 손을 놔 주지 않았다. 자세가 약간 불편해지는 바람에 한 마디 하려고 하자, 알렐루야가 두 손을 모아 세츠나의 손을 잡았다.
「손이 차가워, 세츠나. 많이 추웠던 거야?」
「별로 그렇게 춥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견딜 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몸이 많이 식어 있잖아. 이대로 있으면 감기에 걸릴 거야. 이 계절이라도 난 별로 추위를 타지 않아서 괜찮았는데, 세츠나 생각을 못 했네. 먼저 일어났으면 난방이라도 넣지 그랬어」
「견딜 만하다고 했잖나. 이대로도 상관 없다」
세츠나는 못마땅한 마음을 보이기라도 하듯 목소리에 힘을 실어 대꾸했다. 분명 알렐루야는 딱히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겠지만 세츠나에게는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조차 자신은 알렐루야보다 약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런던의 늦가을 새벽은 도쿄보다 상당히 쌀쌀했던 터라 따스한 온기가 절실했으나, 이 정도의 추위쯤은 세츠나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음... 그럼 이렇게 할게. 이 정도는 괜찮겠지, 세츠나?」
누워 있던 알렐루야가 몸을 일으켜 세츠나의 몸을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세츠나는 순간 놀랐지만, 자신을 껴안은 단단한 두 팔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너무 따스해서 절로 긴장이 풀어질 수밖에 없었다. 알렐루야의 가슴에 닿은 귀에서 뜨거울 정도로 따뜻한 온기과 함께 그의 심장 소리가 느껴졌다. 세츠나는 두근거리는 알렐루야의 심장 고동에 자신의 호흡을 맞춰 보았다. 평소보다 살짝 빨라진 듯한 고동 소리를 듣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차가운 새벽 공기에 얼었던 몸이 점차 녹아 가는 것을 느끼며, 세츠나는 가만히 알렐루야의 팔에 몸을 맡긴 채 앉아 있었다.
「세츠나」
「왜 부르나」
「생각해 보니 말야, 나 사람을 이렇게 안아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
알렐루야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세츠나는 가만히 알렐루야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알렐루야는 분명 스무 살이라고 들었다. 줄곧 전쟁터에서 살아 왔던 세츠나조차도 어릴 때 부모님의 품에 안기거나, 어머니를 작은 두 팔로 꼭 끌어안았던 날의 체온을 기억한다. 보통 이 날 이 때까지 사람을 안아 본 경험이 없기는 힘들 것이다. 그것이 정상적으로 살아 온 인간이라면.
「어쩐지 조금 신기해. 지금까지 느껴 본 적 없었는데... 이런 기분이었구나」
「어떤 기분 말인가」
「말로 하기 힘들지만... 정말 포근한 기분이 들어. 사람의 체온이란 게 이런 걸까 싶기도 하고, 세츠나가 너무 따뜻해. 그래서 기분이 좋아」
그렇게 말하는 알렐루야의 얼굴은 아련하게 뭔가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무엇인가 미처 알지 못했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옛 기억을 회상하는 듯. 그 얼굴을 바라보며 세츠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마리. 알렐루야에게 빛을 준 사람.
문득 그 이름과 함께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끓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지금 당장 두 팔을 들어 알렐루야의 몸을 마주 끌어안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에, 세츠나는 더 생각하지 않고 실행에 옮겼다.
「세... 세츠나?」
「사람을 안아 본 적이 없다면 사람에게 안겨 본 적도 처음이겠군」
「그, 그렇기는 한데...」
알렐루야는 순간 얼굴이 새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 방금 전까지 진작 마리를 안아 줄 수 없었던 자신에 대해 내심 자책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츠나가 갑작스럽게 자신을 안아 오자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타인이 자신을 포옹해 주는 것은 자신이 먼저 체온을 나눠 주는 것과 또 다른 기분이었다.
「어떤 기분인가」
「저기 세츠나, 그런 걸 대놓고 물으면 일단 쑥스럽고 말이야. 대답하기 민망하기도 하고」
「어떤 기분이냐고 물었다」
알렐루야의 등에 감겨 있던 두 팔을 빼낸 세츠나가 알렐루야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대답을 종용하는 소년의 붉은 시선은 끈질기도록 강렬해서, 알렐루야로서는 도저히 거스를 용기를 낼 수가 없었다. 결국 세츠나의 눈빛에 굴복하고 만 알렐루야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게... 엄청 부끄럽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해. 하지만 역시 기분 좋은 것 같아. 남이 먼저 안아 준다는 건 어쩌면 엄청 사랑받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착각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말야」
「착각이 아니다. 알렐루야 합티즘」
「그, 그러니까 세츠나,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부끄럽다고!」
「다만 사실을 말하는 것 뿐인데 뭐가 부끄럽다는 건가」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았다. 세츠나는 정말 의문이라는 듯한 시선으로 알렐루야를 쳐다보았고, 알렐루야는 거의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으로 바닥을 내려다 보기 시작했다. 할렐루야. 듣고 있지? 안 자는 거 알고 있으니까 제발 나와 봐. 이럴 때만 모르는 척 하지 말고. 지금 네가 무지 필요한 시점이라고! 그러나 할렐루야는 듣는지 마는지 대답조차 하지 않았고, 알렐루야가 민망함으로 폭사하기 직전에 세츠나의 손이 알렐루야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너도 꽤 추운 것 같군. 등이 떨리고 있었다」
「아니, 그건 추워서가 아니라...」
「마주안고 있으면 체온이 올라갈 거다. 잠시만 기다려라」
그렇게 말하며 알렐루야를 다시금 끌어안는 세츠나의 체온은 뜨거웠다. 어쩐지 안심이 될 만큼. 알렐루야는 웃으며 세츠나의 작은 몸을 마주 끌어안은 채 침대로 도로 쓰러졌고, 전혀 저항하지 않고 끌려 온 세츠나가 알렐루야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춰 주었다. 얼굴 이곳 저곳에 까칠하게 마른 입술이 닿는 것을 느끼며, 알렐루야는 나른하게 밀려드는 잠기운에 눈을 감았다. 행복했다. 서로 체온을 나눈다는 것은.
그런데 새벽에 두드리다 보니 주제는 물 건너가고 세계의 왜곡이 일어나 버린 건... 음... 부디 어여삐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문득 눈이 떠졌다.
슬슬 기온이 내려간다고는 하지만 아직 늦가을이기 때문에 실내는 난방이 되어 있지 않았고, 덕분에 방안의 공기는 자다 일어난 몸에 꽤 싸늘했다. 세츠나는 눈을 비비며 침대맡에 놓여져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보자니 아직 새벽 4시도 안 된 참이었다. 평소 나이답지 않게 일찍 일어나는 편인 세츠나조차도 보통은 잠들어 있는 시각이다.
어째서 이런 시간에 잠을 깨게 된 걸까. 평소 세츠나는 잠자리를 가리는 편이 아니었기에, 자신의 안가처럼 익숙한 곳이 아닌 장소에서 잠을 잔 탓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아마 원인은 옆에 누워 있는 이 녀석에게 있다고 봐야겠지. 세츠나는 곱게 파자마를 입은 채 미동도 않고 잠들어 있는 옆자리의 청년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옆으로 누운 채 태아처럼 등을 구부린 알렐루야는 뒤척임 하나 없이 편안해 보였다.
사실 톨레미에서의 이들은 사귀는 사이라고 해도 서로의 방에서 잠들고 함께 일어나는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등 시간 전의 자유시간까지는 거리낌없이 왕래했지만, 잠자리에 들 무렵에는 알렐루야가 손을 흔들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곤 했다. 모처럼 오프에 세츠나가 도쿄로 가는 것을 마다하고 런던으로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한 침대에서 잠들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도 알렐루야가 침대를 세츠나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소파에서 자겠다고 우기는 것을 억지로 묵살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둘에게 여러 가지가 처음인 날인 셈이다. 세츠나는 알렐루야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그의 오른쪽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 보았다. 알렐루야가 살짝 눈살을 찌푸리긴 했지만 여전히 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알렐루야의 잠든 얼굴이었기에, 되도록 깨우고 싶지 않았던 세츠나는 안도했다. 그가 깨어 있을 때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오른쪽 눈을 이 기회에 보아 두고 싶었던 것이다. 간혹 몸을 섞을 때나 언뜻 볼 수 있었던 그 눈동자는, 분명 평소에 보던 온화한 은회색 눈빛과는 달리 어둠 속에서 강렬하리만큼 빛나는 황금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잠자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편히 알렐루야의 오른쪽 얼굴을 볼 일이 없었겠지만 그 눈동자를 보지 못하는 것만큼은 못내 아쉬웠다.
그렇게 생각하며 세츠나가 조용히 알렐루야의 앞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 넘긴 순간이었다.
『빌어먹을... 잠도 못 자게 하는구만. 자고로 인간은 밤에 자라고 만들어진 생물이다, 꼬맹아』
순간 알렐루야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친 목소리와 함께 놀랄 만큼 강한 힘이 손목을 잡아챘다.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황금색 눈동자가 이글거리며 세츠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뜨끔한 살기에 흠칫한 세츠나가 잡힌 손목을 급히 빼내려는 순간, 꽉 잡은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세츠나, 안 자고 있었어?」
「...알렐루야인가」
「미안해. 할렐루야가 놀라게 한 것 같지만 고의는 아닐 거야. 할렐루야는 잘 때 누가 건드리는 것에 민감하거든. 아무래도 누군가와 함께 잔다는 건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군」
알렐루야가 곤란한 듯 미소지으며 세츠나를 올려다보자, 세츠나는 어째서인지 놀랐던 마음이 조용히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누군가와 침대를 같이 쓰는 데 익숙치 않다는 사실이 좋았다. 묘한 만족감을 느끼며 다시금 손목을 빼내려 했지만 이번에는 알렐루야가 손을 놔 주지 않았다. 자세가 약간 불편해지는 바람에 한 마디 하려고 하자, 알렐루야가 두 손을 모아 세츠나의 손을 잡았다.
「손이 차가워, 세츠나. 많이 추웠던 거야?」
「별로 그렇게 춥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견딜 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몸이 많이 식어 있잖아. 이대로 있으면 감기에 걸릴 거야. 이 계절이라도 난 별로 추위를 타지 않아서 괜찮았는데, 세츠나 생각을 못 했네. 먼저 일어났으면 난방이라도 넣지 그랬어」
「견딜 만하다고 했잖나. 이대로도 상관 없다」
세츠나는 못마땅한 마음을 보이기라도 하듯 목소리에 힘을 실어 대꾸했다. 분명 알렐루야는 딱히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겠지만 세츠나에게는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조차 자신은 알렐루야보다 약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런던의 늦가을 새벽은 도쿄보다 상당히 쌀쌀했던 터라 따스한 온기가 절실했으나, 이 정도의 추위쯤은 세츠나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음... 그럼 이렇게 할게. 이 정도는 괜찮겠지, 세츠나?」
누워 있던 알렐루야가 몸을 일으켜 세츠나의 몸을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세츠나는 순간 놀랐지만, 자신을 껴안은 단단한 두 팔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너무 따스해서 절로 긴장이 풀어질 수밖에 없었다. 알렐루야의 가슴에 닿은 귀에서 뜨거울 정도로 따뜻한 온기과 함께 그의 심장 소리가 느껴졌다. 세츠나는 두근거리는 알렐루야의 심장 고동에 자신의 호흡을 맞춰 보았다. 평소보다 살짝 빨라진 듯한 고동 소리를 듣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차가운 새벽 공기에 얼었던 몸이 점차 녹아 가는 것을 느끼며, 세츠나는 가만히 알렐루야의 팔에 몸을 맡긴 채 앉아 있었다.
「세츠나」
「왜 부르나」
「생각해 보니 말야, 나 사람을 이렇게 안아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
알렐루야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세츠나는 가만히 알렐루야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알렐루야는 분명 스무 살이라고 들었다. 줄곧 전쟁터에서 살아 왔던 세츠나조차도 어릴 때 부모님의 품에 안기거나, 어머니를 작은 두 팔로 꼭 끌어안았던 날의 체온을 기억한다. 보통 이 날 이 때까지 사람을 안아 본 경험이 없기는 힘들 것이다. 그것이 정상적으로 살아 온 인간이라면.
「어쩐지 조금 신기해. 지금까지 느껴 본 적 없었는데... 이런 기분이었구나」
「어떤 기분 말인가」
「말로 하기 힘들지만... 정말 포근한 기분이 들어. 사람의 체온이란 게 이런 걸까 싶기도 하고, 세츠나가 너무 따뜻해. 그래서 기분이 좋아」
그렇게 말하는 알렐루야의 얼굴은 아련하게 뭔가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무엇인가 미처 알지 못했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옛 기억을 회상하는 듯. 그 얼굴을 바라보며 세츠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마리. 알렐루야에게 빛을 준 사람.
문득 그 이름과 함께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끓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지금 당장 두 팔을 들어 알렐루야의 몸을 마주 끌어안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에, 세츠나는 더 생각하지 않고 실행에 옮겼다.
「세... 세츠나?」
「사람을 안아 본 적이 없다면 사람에게 안겨 본 적도 처음이겠군」
「그, 그렇기는 한데...」
알렐루야는 순간 얼굴이 새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분명 방금 전까지 진작 마리를 안아 줄 수 없었던 자신에 대해 내심 자책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츠나가 갑작스럽게 자신을 안아 오자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타인이 자신을 포옹해 주는 것은 자신이 먼저 체온을 나눠 주는 것과 또 다른 기분이었다.
「어떤 기분인가」
「저기 세츠나, 그런 걸 대놓고 물으면 일단 쑥스럽고 말이야. 대답하기 민망하기도 하고」
「어떤 기분이냐고 물었다」
알렐루야의 등에 감겨 있던 두 팔을 빼낸 세츠나가 알렐루야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대답을 종용하는 소년의 붉은 시선은 끈질기도록 강렬해서, 알렐루야로서는 도저히 거스를 용기를 낼 수가 없었다. 결국 세츠나의 눈빛에 굴복하고 만 알렐루야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게... 엄청 부끄럽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해. 하지만 역시 기분 좋은 것 같아. 남이 먼저 안아 준다는 건 어쩌면 엄청 사랑받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착각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말야」
「착각이 아니다. 알렐루야 합티즘」
「그, 그러니까 세츠나,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부끄럽다고!」
「다만 사실을 말하는 것 뿐인데 뭐가 부끄럽다는 건가」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았다. 세츠나는 정말 의문이라는 듯한 시선으로 알렐루야를 쳐다보았고, 알렐루야는 거의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으로 바닥을 내려다 보기 시작했다. 할렐루야. 듣고 있지? 안 자는 거 알고 있으니까 제발 나와 봐. 이럴 때만 모르는 척 하지 말고. 지금 네가 무지 필요한 시점이라고! 그러나 할렐루야는 듣는지 마는지 대답조차 하지 않았고, 알렐루야가 민망함으로 폭사하기 직전에 세츠나의 손이 알렐루야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너도 꽤 추운 것 같군. 등이 떨리고 있었다」
「아니, 그건 추워서가 아니라...」
「마주안고 있으면 체온이 올라갈 거다. 잠시만 기다려라」
그렇게 말하며 알렐루야를 다시금 끌어안는 세츠나의 체온은 뜨거웠다. 어쩐지 안심이 될 만큼. 알렐루야는 웃으며 세츠나의 작은 몸을 마주 끌어안은 채 침대로 도로 쓰러졌고, 전혀 저항하지 않고 끌려 온 세츠나가 알렐루야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춰 주었다. 얼굴 이곳 저곳에 까칠하게 마른 입술이 닿는 것을 느끼며, 알렐루야는 나른하게 밀려드는 잠기운에 눈을 감았다. 행복했다. 서로 체온을 나눈다는 것은.
# by | 2009/11/03 23:35 | Creation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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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는 꿀이라더니 이러지 마시란. 비싼 꿀에 소금 뿌리면 망한다능 그렇다능...=ㅂ=;; 아레세츠로 필터링해 보셔도 돈☆마이. 이 몸은 리버시블한 존재니까 괘념치 않습니다. =ㅂ=! 그보다 님도 연성 좀 하세YO.
달달하당-///-
얘들 너무 달달해... 쓰면서 내가 염장질렸어... 이 자식들 대체 뭐냐는...OTL
이글루스 로그인이 귀찮아서 개인 비툴에서 놀고 있기는 하지만 이쪽이 본 홈이 맞습니다. 티스토리는 사실 만들어 놓고 거의 방치 수준이라서요...OTL 종종 들러 주시면 제가 기뻐서 말춤을 추지 말입니다. ;ㅂ; D님도 오늘 따스한 밤 되세요! ...비록 답글 시간은 새벽이었던 것 같지만...;ㅂ;!!
저도 감상 덧글에 완전 말춤을 추고 있고요. ㅠㅠ! 세츠나나 알렐루야나 누군가에게 담뿍 애정을 받고 살았을 애들은 아니지만, 초병기관 이전의 기억이 없는 알렐루야는 그나마 남의 체온을 알지도 못할 것 같은 느낌이라 서로 부둥부둥하게 해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ㅠㅠ 정확히는 세느님이 제 손을 붙잡고 마구 이끌어 가신 것 같긴 해도... (...)
짤막한 글이지만 잘 보셨다니 다행이에요. ;ㅂ; 과제 기간이 끝나면 앞으로 힘내겠습니다. ㅠㅠ!
잘 읽으셨다고 말씀해 주시니 너무 기뻐요. ㅠㅠ 원래 세츠나와 알렐루야는 정말 사랑스러운 커플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그 사랑스러움을 닭털로 죽이고 있지 말입니다. 사실 만날 새드만 쓰던 차에 달달한 시츄에이션을 연습 중이라서...OTL 그런데 상상해 보셨다니 비공개님의 글로 보고 싶은 저는 통곡할 뿐이고. ㅠㅠ...
감상 덧글에 정말이지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ㅠㅠ 비공개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